* 미약한 스포일러 주의
키사라기 루리, 귀살대 주, 그 중에서도 보주 라는 이명을 맡고 있던 그녀는 최종적인 싸움에서는 이겼으나 육체는 저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에게 돌아가질 못했다. 출혈과 피로감, 그리고 반점 발현자의 단명이라는 그 조건 때문에, 그녀의 숨은 멎었으나 사랑하는 이의 옆에서 멎었기에 아쉬움이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그녀가 생전에 남긴 유서가 있으니.
「 어머니, 아버지, 언니와 동생에게.
인연과 유대가 끊기지 않는 귀살대 전원은 유서를 써서 어디에 보관을 한다고 합니다, 저 조차도 몇 번이고 썼다가 무르고, 다시 쓰다가 무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것이 마지막 수정본이길 빌며. 저희는 이제 거대한 악과의 대면을 하려고 합니다. 저희 대에서 끝내기를 원하고 있을 뿐더러, 사람들이 햇빛 뿐만 아니라 달빛 아래에서도 자유로이 살아가는 그러한 삶을 귀살대 전원, 저희는 바라고 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 예, 맞습니다, 저희, 저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큰 싸움인지라 저번처럼 돌아온다는 보장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죽지 않고 돌아간다면 부모님께 현 세대의 암주, 히메지마 교메이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틀 전에 그가 청혼을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저와 이 커다란 싸움이 끝나면 눈꽃이 쌓인 겨울에 혼인하기로 약속을 한, 제게 소중한 것을 알려준 저의 반려가 될 이를. 어머니, 아버지, 그는 눈이 보이질 않습니다. 허나 그 불편함을 무를 정도의 단단함과 강인함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만큼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제게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이 이후에 저와 같이 길을 걸어갈 사람입니다.
언니와 조카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요. 산고는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검사로서의 재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약하니 조심하라 일러주세요, 저번 서신에서 올린 말을 무를 순 없지만 수정을 하는 의미 입니다. 이전에 산고가 만들어준 테마리를 우부야시키 자제분들께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가씨들은 좋아하시고, 도련님 또한 좋아하셨습니다. 기쁩니다, 우부야시키 자제분들이 테마리를 좋아한다는 것과 그들이 산고의 능력을 칭찬 한 것이 좋습니다. 이 웃음과 행복을 깨는 것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기 위해, 저희는 오늘도 혈귀를 무찌릅니다.
제가 죽는다면 저와 히메지마의 화장된 뼛가루에 산고가 만든 테마리 중, 가장 작은 것을 같이 넣어 주십시오. 제 철선을 만들고 벼린 도공에게 제 철선의 방울과, 히메지마의 사슬에 달린 방울과 쑥색의 술을 받아서, 같이 묻어주십시오. 제가 그에게 묶어주었던 지라 그와 같이 가고 싶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언니와 산고에게, 부디 건강하시길. 키사라기 루리는 죽음을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
「 내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 싸움에 앞서서 심정을 담은 글을 이리 남겨본다. 너희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싸움에 참여를 한다면, 내가 구태여 안녕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죽어서 저승으로 간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니. 그 때서야 나는 수고했다고 말하겠지. 너희들이 정말로 자랑스러울 것이다.
나의 제자, 나의 동료인 너희들을 싸움이 끝나고 볼 수 있다면 정말로 좋겠지만, 혹여나 모른다. 그만큼 모두가 진심이다. 무잔을 쓰러뜨리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여기에 왔지. 하지만 오는데 여러 일이 있었다. 숨을 쉬거나 눈을 깜박거릴 때 마다 동료는 죽어나가고 또 죽어나간다. 피로 어우러진 그 길을 우리는 걸어왔으며, 지금은 끝에 거의 다다랐으며, 저 바로 앞에 결승점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길에 있어서 나 자신은 살 수 없다고, 그러한 쪽으로 마음이 자꾸만 기운다.
내가 없다면, 내가 죽어서 이 서신이 너희들에게 전달이 된다면, 금전의 분할은 너희에게 맡기고 싶다. 뼛가루는 화장하여 나와 히메지마를 같이 묻어다오. 금빛 저택은 남겨두고 싶구나. 오다가다 석양이 지고 동이 트는 모습을 보거라, 아, 그렇다고 해서 석양을 핏빛이라고 생각하지는 말거라, 슬퍼질 것이다.
8개의 단검을, 가지고 싶은 이들은 가지거라, 등꽃의 독과, 사철과 광철로 이루어진 것이다. 혈귀가 모두 죽은 다음에 나 또한 죽는 것이니 더 이상 쓸 곳이 없겠지만 너희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겠구나. 아마 내 무기를 벼른 도공은 내가 죽은 뒤 내 철선을 끌어안고 울 것이다. 날이 서 있는 것이라 손이 다칠 것 같으니 금백 저택 마루 바깥 쪽에 있는 벽장 안의 의료함의 도구들로 치료를 해 주거라. 독하지만 효과가 뛰어난 약이 있을 것이다. 코쵸우가 나를 위해서 만든 약이며 히메지마가 나를 위해 의뢰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햇빛과 등꽃이 너희에게 함께 하길. 내가 죽었다고 해서 나에게 더 얽매이지 말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