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령 (후링)이 울렸다. 겨울인데 풍령을 달아놓는다라. 루리는 저도 모르게 그 청아한 소리에 이끌려 다가갔다. 점장은 딱 하나 남은 풍령이라며 가게에서 가장 잘 나갔다고 한다. 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은 가격, 무엇에 홀려 방울 껍데기와 그 풍령의 값을 지불하고 샀을까. 제 손에 들린 풍령은 새로운 주인의 손에서 기뻐하고 있었다.
어르신의 저택에 달아드릴까. 바람이 불면 그 청아한 소리가 울릴 것이다. 아니면 친구가 되어준 이의 처마에 달까. 과연 그 소리를 알 것인가.
"키사라기."
저의 훈련을 봐주는 이가 금백 저택의 바깥에서 저의 이름을 불렀다. 우연인지 바람이 풀어 풍령도 울렸다. 소리가 퍼져나가며 파장이 일었다. 루리는 걸어나가 저택의 대문을 열고 그를 맞이하였다.
"오랜만이다. 히메지마. 그냥 밀고 들어와도 되는데."
"주인이 있는데 그럴 수가. 지령수행하고 며칠 만인가."
"응. 풍령을 오다가 샀는데, 네 처마에 달까 한다."
암주는 합장을 하고 손 바닥에 있는 풍령을 들었다. 겨울의 음색에는 어울렸다. 빛깔또한 어울리겠지. 그녀가 산 것인데.
"나보다는, 네가 어울리겠군."
"허나, 네게도 어울리겠지."
"정 그리 하다면 네가 만들어줘도 되지 않을까."
"... 그럴까."
"아니, 미안하다. 너는 꼭 만들고자 할테니. 시간이 남으면 만들어줘라."
풍령을 본 적이 없다. 빛이 비추어지면 여러 색이 분명 퍼질 텐데. 그 빛깔은 자신이 연모하는 이를 닮았을 것이다. 분명. 그 맑고 청아한 소리 또한 닮았겠지.
"그리고 이거, 네 일륜도에 달아도 될까."